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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보] <포럼>北 SLBM 도발에도 침묵하는 文정부

Jacob, Kim 2019. 10. 19. 01:26







2019년 10월 16일자





[칼럼 전문]





강사 : 김태우 前 통일연구원장





우리 외교부가 지난 11일 유엔총회 제1위원회에서 북한의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 위반에 대한 발언권을 받고도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15일 확인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북한이 지난 2일 안보리 결의를 무시하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해 일본과 프랑스, 영국 등의 강한 비난을 자초했지만, 우리 정부는 북측과의 대화·화해 분위기를 의식해 침묵한 것으로 분석된다.

북한은 지난해 일련의 평화 공세 이후 핵물질을 생산하고 서해 함박도에 레이더 등 군사시설을 건설하면서 신형 미사일들을 개발하고 있고, 지난 5월 미사일 시험 발사를 재개하면서 이후 4개월 동안 11차례나 미사일이나 방사포를 쏘았다. 이 과정에서 확인된 것은 북한의 변치 않는 ‘조선반도 비핵화’ 주장뿐이었다.

‘조선반도 비핵화’의 골자는 북한에 대한 미국의 모든 위협이 먼저 제거돼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은 이를 빌미로 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핵우산 철폐, 연합훈련 중단 등을 요구해 상당한 성과(?)도 거뒀다. 그래서 북한이 ‘북한 비핵화’ 표현을 거부하고 ‘조선반도 비핵화’를 뇌까리는 한 자의적 핵 포기는 없는 것으로, 그리고 끝까지 ‘나쁜 스몰 딜’에 집착할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즉, 핵 능력의 일부만 포기하는 것으로 대미 관계 정상화와 대북 제재 해제를 얻어내겠다는 것이다. 사실상 북한의 핵보유 상태가 유지되는 것이니 ‘가짜 비핵화’다. 지난 2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이 결렬된 것은 ‘가짜 비핵화’ 제안을 미국이 거부했기 때문이었고, 이후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오라고 한 것도 가짜 비핵화를 수용하라는 것이며, 이런 입장은 지난 5일 스톡홀름 대화에서도 재확인됐다.

스톡홀름 대화가 결렬된 직후 김명길 북한 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미국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로켓 시험발사 중지, 핵실험장 폐기, 미군 유골송환 등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에 성의있게 화답하라”고 요구했고,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것들을 말끔히 제거해야 조선반도 비핵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핵실험과 ICBM 발사 중지가 계속되는가 되살리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 등 협박과 함께 회담 결렬의 책임을 상대에 전가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북한이 이토록 큰소리칠 수 있는 이유를 헤아리는 건 어렵지 않다. 재선 가도에 돌입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연이은 단거리미사일 발사에 대해 “미국에 위협이 되지 않으니 괜찮다”면서 김 위원장과의 브로멘스(남자 간의 애정)를 자랑하더니만 미국을 직접 위협할 수 있는 SLBM 시험발사에 대해서도 “두고 보자”며 함구하는 난해한 언행을 계속하고 있다. 여기에다 한국 정부는 북핵 위협과 북한의 대남 꾸중(?)에 대해서는 침묵한 채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 파기를 선언하고 ‘남북 평화경제’나 되뇌고 있으며, 국방장관은 “9·19 남북 군사합의에 ‘SLBM 발사 금지’라는 표현이 없으니 합의 위배가 아니다”라는 뜻 모를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결국 유엔 안보리는 의장성명조차 내지 못했고,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용한 모든 발사’를 금지한 안보리 결의들은 휴지 조각이 됐다. 북핵 문제가 미궁을 헤매고 있는 상태라면 한국은 당연히 모든 경우에 대비한 전략들을 세워야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그런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정황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국민이 북핵 대책을 세워야 할 판이다.






[김태우 통일연구원장]







원문보기: http://www.munhwa.com/news/view.html?no=2019101601073911000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