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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기고] 북한, 내년 봄 '악마의 골든타임' 노린다

Jacob, Kim 2019. 10. 27. 01:02







2019년 10월 22일자





[칼럼 전문]





강사 :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정책학 박사





10월 들어 북한의 막무가내식 행태를 연이어 보고 있다. 7개월여 만에 재개된 미·북 회담은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라"는 북한의 최후통첩과 함께 결렬되었다. 카타르월드컵 예선 남북 축구 평양전은 FIFA 규정과 대한축구협회의 거듭된 요구를 무시하고 무관중·무중계 속에 마치 전쟁 같은 분위기 속에서 치러졌다. 세계 축구사에 길이 남을 이상한 경기이다. 경기가 있던 날 북한 신문·방송은 김정은이 첫눈 내린 백두산에서 백마를 타는 사진을 일제히 전송, 대북 제재에 대한 결전 의지를 강조했다.

북한의 행동은 철저한 각본에 입각해 연속선상에서 진행되고 있다고 판단된다. 미국과의 담판을 앞둔 상황에서 김정은을 중심으로 내부 결속을 다지면서 벼랑 끝 협상을 추진하기 위한 마지막 수 싸움, 총력전이다. 김정은이 4월 최고인민회의 연설에서 제시한 '금년 말' 시한이 임박해 오고 있는 가운데 당사국들의 이해가 절묘하게 합치되는 악마의 골든타임(golden time)인 내년 봄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영구적인 체제 안전 보장을 줄곧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북 제재로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김정은의 돈주머니를 채울 외화가 간절하다. 특히 제1 국책 사업인 원산 갈마 관광특구의 완공일(내년 4월 15일)도 코앞으로 다가왔다. 금강산 관광 재개와 미국의 북한 관광 금지 해제를 통한 매머드급 관광객 유치는 특구의 성공과 실패를 가늠할 열쇠이다. 지금과 같은 긴장 상황이 계속되면 누가 비무장지대(DMZ)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리조트를 찾겠는가?

미국은 완전한 비핵화(FFVD)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초 트럼프의 생명줄이 걸려 있는 대선 캠페인이 본격화된다. 트럼프가 간절히 바라는 노벨 평화상 수상자도 1월쯤 결정된다. 그만큼 외교 성과가 간절하다. 문재인 정부도 비핵화와 남북 교류 협력 병행을 원하고 있다. 내년은 4월 총선도 있다. 중국·일본·러시아도 국면 변화를 바라고 있다. 이런 구조적 환경으로 볼 때 북한과 미국이 내년 1분기 내 대타협을 모색할 가능성은 상당하다. 서로 내치(內治)에 활용할 수 있는 통 큰 '분식 합의' 유혹은 떨쳐 버리기 어려울 것이다.

북한은 입으론 비핵화를 떠들지만 핵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예측이다. 필자는 '비핵화 협상 3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첫째, 비핵화 전 과정을 포괄하는 로드맵 성안이 최우선이다. 둘째, 패스트 트랙(fast track· 신속 처리 안건)과 스냅 백(snap back·합의 미이행 시 제재 환원)을 로드맵에 적용시켜 시간 끌기와 합의 파기를 예방해야 한다. 물론 적용은 상호적이다. 셋째, 이행 과정에는 과거 핵(무기·물질)이 단계별로 일정 비율 포함돼야 한다. 미래→현재→과거 핵 순서의 단계적·점차적 검증과 폐기는 북한의 지연전술이나 핵보유국으로의 회귀 욕구에 매우 취약하다.

극과 극은 통한다. 최근 북한은 현 정부를 상식 이하로 박대하고 미국과의 협상도 강경 일변도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 염려할 필요는 없다. 담판을 앞둔 의도된 행동일 가능성이 크다. 다시는 안 볼 듯하다가 필요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대화에 나오는 게' 반세기 이상 지켜본 북한의 이중적 행태이다.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휘둘려선 안 된다. 미국의 이벤트성 분식 합의에 들러리를 서서도 안 된다. 북한이 비핵화를 거부할 경우 우리가 자체 핵무장 등 계획 B로 대처하는 문제도 심각히 고려해야 한다.





[곽길섭 원코리아센터 대표·정책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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