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7일자
[칼럼 전문]
보고 싶은 뉴스만 보려는 사람들
소통과 화합 담은 참 뉴스 나와야
사람들은 뉴스를 통해 세상일을 전해 듣고 알게 된다. 사방에서 벌어지는 새로운 소식이 바로 뉴스인 것이다. 그래서 뉴스(news)란 말도 동·서·남·북을 가리키는 영어 단어의 앞글자를 딴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20세기 들면서 뉴스는 대량생산을 통해 엄청난 속도와 폭발력을 갖게 됐다. 1800년 미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사망 소식이 북부지역까지 전달되는 데 3주일이나 걸렸지만,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소식은 사건 발생 30분도 안 돼서 전 미국인의 68%가 알게 됐다. (『뉴스의 역사』·미첼 스티븐스) 신속한 전파야말로 현대 뉴스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그러나 디지털 사회에 접어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탈진실’의 프레임이 판치면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수용자의 자기 편향과 마이크로 미디어의 확산으로 숱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면서 뉴스에 대한 선택적 노출이 화두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청와대 행정관의 자살 소식은 여러모로 뉴스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의문을 남긴다. 그는 검찰의 과도한 수사 압박 때문에 자살한 것일까.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미안하다’는 메모를 남긴 것은 무슨 연유일까. 그 어느 뉴스를 들여다봐도 속 시원하게 내막이 풀리질 않는다는 독자들의 불만이 여전하다. 관련 수사를 둘러싼 검찰과 청와대의 갑론을박 역시 마찬가지다. 권력의 부당한 수사 개입인가, 검찰개혁을 가로막는 적폐의 반격인가. ‘사실’만 있을 뿐 ‘판단’은 정지된 보도들만 난무한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사람들은 무엇을 믿고, 무엇을 신뢰할 수 있을까. 강준만 전북대 교수는 이런 상황에 대해 “누가 내 속을 후련하게 해주는가에 따라 의인과 참 언론인이 결정되는 ‘해장국’ 언론 시대”라고 지적한다. 편 가르기에 따라서 보도의 공정성 여부가 선택적으로 결정되면서 ‘우군=사실’, ‘적군=가짜’라는 이분법만 판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선 취재 기자들에 대한 비난은 극을 달린다. 자질이 떨어지는 기자에 대한 비판이야 그렇다손 치더라도 자기 생각과 다른 기사를 쓴 기자에게 ‘X레기’라고 공격해댄다. 보고 싶은 뉴스만 보려는 사람들. 자기 입맛에 맞는 뉴스라면 따져보지도 않고 쉽게 수용하는 사람들. 이 틈에서 가짜 뉴스는 자라나고 있다.
디지털 환경의 뉴스 수용자들이 워낙 유동적이고 이질적이다 보니 ‘액체 저널리즘’이라는 표현까지 등장했다. 뉴스가 감지되고 경험할 수 있는 윤곽은 갖췄지만, 누군가 그것을 붙잡으려고 하면 그 손에서 빠져나가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민이나 사회의 거대 담론보다는 틈새 수용자가 원하는 내용을, 사실 보도보다는 매력적인 보도나 스토리 텔링에 눈을 돌린다. 견고한 시대의 생산품을 구매하지 않는 액체 시장에서 언론은 이제 공적 목소리에 대한 독점권을 잃고 더 이상 공론장을 통제할 수 없게 됐다.
최근 ‘솔루션 저널리즘’이라는 개념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새로운 뉴스에 대한 갈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사는 확실한 증거에 의해 뒷받침돼야 하며, 해법과 결과를 제대로 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자의 의도가 선하다고 해서 기사까지 선한 것은 아니다. 신뢰할 만한 취재원의 주장이 증거로 제시돼야 한다. 산에 올라가야 들이 보이고 들에서 바라봐야 산이 제대로 보이는 법이다. 정치적 입장이나 주관적인 태도에서 벗어나야만 실체를 정확하게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다. 예외, 일탈, 무질서, 불협화음 등 문제를 찾는 데만 초점을 맞춰왔던 기존의 보도 태도에서 벗어나 사회적 소통과 화합의 해법을 추구해야 한다는 반성이다.
‘문제는 비명을 지르지만, 해법은 속삭인다.’ 앞으로 진짜 뉴스를 찾는 언론과 독자들이 명심해야 할 대목이다.
홍병기 중앙CEO아카데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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