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5일자
[칼럼 전문]
강사 : 정승열 법무사 (시사안보칼럼)
현 정부가 심혈을 기울였던 남북관계는 남북 정상이 세 차례 정상이 만나면서 긴장 완화를 위한 여러 합의사항을 쏟아냈지만, 올해 들어 파국을 맞은 것 같다. 북한은 2017년 11월 이후 18개월 만인 지난 5월 4일 동해상으로 ‘북한판 이스칸데르(러시아산 지대지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단거리 발사체를 쏴 올리더니, 이후 신형 대구경 조종방사포, 신형 전술 지대지 미사일, 초대형 방사포 등 단거리 발사체 ‘4종 세트’를 연거푸 시험 발사하는 등 11월 28일까지 올해만 13번이나 미사일 발사 도발을 자행했다.
그런데도 국방부와 통일부에서는 정전협정 이후 이렇게 장기간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긴장 상황 없이 안정적으로 관리된 적이 있었는가 반문하면서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 시험발사는 합의 사항위반이 아니라고 하더니, 28일 김정은이 서해 접경지 군부대를 방문하여 직접 해안포 사격 지시를 한 뒤에야 처음으로 “9.19 군사 합의위반”을 인정했다.
즉, 국정원장은 29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북한이 8월 24일과 9월 10일 초대형 방사포 발사로 정밀 유도기능 등을 검증하고, 11월 28일 발사한 초대형 방사포는 지난달 31일에 이어 연발 사격능력을 시험하는 데 주안점을 두어 약 3분여 발사 간격이 30초로 단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하면서, 11월 23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의 창린도 해안포 도발은 의도적으로 남북군사합의 위반은 맞지만 남쪽을 향해 쏜 것도 아니고 비거리도 길지 않은 76mm 소형 해안 포여서 정전협정 위반이라고는 보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북한은 북·미 대화의 시한을 ‘연내’라고 했으니 연말까지 다양한 형태의 도발을 계속할 것이고, 만일 연말까지 원하는 목표를 얻지 못할 경우에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는 메시지를 미국과 한국에 보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돌아보면 동족상잔의 6·25·전쟁을 치른 남북은 1970년 7.4 공동선언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고 이산가족 만남과 금강산 관광이 열리기도 했지만,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DJ정부 출범 후인 2000년 6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6·15남북공동선언’으로 남북은 대립과 대결 구도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 그리고 평화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을 만들었다. 이후 군사적 긴장 완화와 신뢰구축을 위한 정부의 대북화해 및 협력 노력으로 경의선. 동해선 철도와 도로연결작업에 합의하고, 개성공단을 열고 또 판문점 남북군사회담 합의도 그중 하나였다.
특히 군사회담은 장성급 회담과 실무회담 등으로 나눠서 2000년 10월 18일부터 11월 16일까지 4차례 군사정전위 비서장급회의를 통해 비무장지대 일부 구역을 개방하여 남북 공동관리구역으로 하는데 합의했다. 2018년 9월 14일 판문점 제40차 실무회담에서는 DMZ 공동유해발굴 관련, 남측 철원과 김화, 북측 평강을 잇는 이른바 ‘철의 삼각지’에서 실시하는 방안을 논의했고, 지난해 9월 19일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체결된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합의서’에는 4.27 판문점선언에 담긴 비무장지대의 비무장화, 서해 평화수역 조성, 군사 당국자 회담 정례화 등 후속 조치가 포함되고, 접경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는 모든 군사적 행위를 중단한다는 목표 아래 군사분계선(MDL) 기준 총 10㎞ 폭의 완충 지대에서의 포병 사격훈련 및 연대급 이상 야외 기동훈련 중지 등 구체적 조치에 재합의했다.
한편, 2018년 10월 26일 10차 ‘장성급 회담’에서는 비무장지대에서 남북이 감시초소 각각 11개씩을 철수하고, 감시초소 병력과 장비 철수 및 완전파괴 조치를 이행하기로 합의했다. 그렇지만,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되면서 JSA 자유 왕래와 군사공동위 구성은 사실상 무산됐고, 한강 하구에서의 민간선박 자유 항해도 연기됐다. 이것이 두 번에 걸친 북미 정상회담에서 의도한 성과를 얻지 못한 김정은이 다시 과거로 돌아가려는 의도인지 아니면,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의회에서 탄핵청문회가 진행되고 내년 대통령선거에 나선 트럼프로부터 통 큰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분단 70년 동안 수차례 남북정상이 만나고 이런저런 합의를 쏟아냈지만, 어느 것 하나 구체적인 성과를 얻은 것이 있는가하는 의문이다. 오히려 국제적인 비난과 규제 속에서 전력 강화를 노린 북한의 시간벌기에 짝짜꿍이 되었다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모양새가 되었다. 사실상 핵보유국이 된 북한이 주한미군 방위비 협상, 전시작전권반환 등으로 한미동맹이 삐걱거리고, 지소미아 협정 폐기문제로 균열이 커진 한일관계 등을 기회로 오래전부터 시도하고 있는 남한을 배제한 채 미국과 수교협상(封南通美政策, 봉남통미정책)을 노린 포석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청와대에 평양과 핫라인이 설치되고, 판문점에 상주 남북연락관사무소를 개설했다고 자랑하던 현 정부는 임기반환점을 돈 이제라도 아무런 성과도 없고 성의도 보이지 않는 북한에 매달리지 말고 우리도 핵 개발 선언으로 국민 불안 해소와 자주자강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핵개발 선언은 미국 등의 반발도 뒤따르겠지만, 이것은 북한의 기고만장한 콧대를 꺾어줄 뿐만 아니라 주한미군 방위비 부담협상 문제도 일거에 타개하는 정책이자 국민에게 자긍심을 심어주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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