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월 6일자
[칼럼 전문]
정부여당, 대북정책 우려 여론에 '과거회귀' 프레임 씌우더니
시작부터 과정까지 수상한 '한반도의 봄'…예상된 파국 맞았나
"노심초사하는 우국충정은 알겠으나 걱정 말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2018년 10월)
"적대와 분쟁의 시대가 계속되기를 바라는 듯한 세력도 적지 않다"
(문재인 대통령 2019년 2월)
"과거로 돌아가자는 건가, 핵을 쏘고 미사일을 쏘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 2019년 3월)
"남북미 대화노력 못마땅히 여기고 갈등과 대결의 과거로 되돌아가려 해"
(문재인 대통령 2019년 4월)
"평화 물길 되돌리려는 시도있어, 국익과 한반도 미래에 결코 도움 안돼"
(문재인 대통령 2019년 4월)
그동안 문재인 정부 핵심 인사들은 북핵 외교를 우려하고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을 의심하는 여론을 '한반도 평화를 바라지 않는 세력'으로 치부하는 듯한 발언을 잇따라 내놨다.
그러나 결국 우려는 현실이 됐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미국의 태도를 트집 잡아 강경노선 재개를 선언하고 '새로운 전략무기' 도발을 예고했다.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의사를 밝히며 유화 손짓을 한지 정확히 2년만이다.
지난 30여년간 반복된 뻔한 패턴이라는 점에 비추면 놀라운 결과도 아니다. 북한은 궁지에 몰릴 때마다 비핵화 의지를 천명하며 시간을 벌었고, 적절한 타이밍에 한미의 태도를 트집 잡아 핵·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며 지금의 핵무력을 완성해왔다.
북한이 국가핵무력완성을 선언하고 불과 2개월 만에 갑작스레 남북대화를 청했다는 점에서 '한반도의 봄'은 시작부터 수상했다. 그러나 정부는 항구적인 평화가 도래했다는 확신 하에 한미균열을 감수하며 한미연합훈련 축소, 대북제재 해제, 남북경협 추진 등 북한의 편의를 봐주는데 몰두했다.
남북미 정상회담 중에도 북한은 몰래 핵무력을 증강하는 징후가 잇따라 포착됐고, 사실상 대남 타격 전용인 단거리 미사일 도발을 13차례 단행했지만 정부는 '평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며 제대로 된 쓴 소리 한번 안했다. 정부의 왜소한 입지를 간파한 듯 북한은 이제 노골적으로 남한을 무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과가 나타난 다음에 '내 말이 맞았잖아'식 논리를 펼치는 것은 다소 저열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작금의 한반도 긴장 정세는 수많은 외교·안보 전문가들이 2년 동안 일관적으로 예상해온 결과다.
한반도 평화와 평화경제가 싫어서 북한을 경계하자고 한 것이 아니다. 반민족주의자이고 토착왜구여서 한미일 대북공조를 중시한 것이 아니다. 김 위원장은 핵무기를 쥐고 있어야 대내외의 도전을 물리치고 1인 독재체제를 존속시킬 수 있다. 따라서 순순히 핵을 포기할 이유가 없다는 것은 어렵지 않은 논리적 귀결이다.
정부는 굳건한 한미동맹 하에 대북최대압박을 펼쳐 김 위원장에게 '비핵화에 응하지 않으면 자리가 위태로울 것이다'는 두려움을 심어줘야 했지만 골든타임이 지나버렸다. 북한은 이제 미국 본토까지 확실하게 타격할 수 있는 핵능력을 갖춘탓에 완전한 비핵화 협상의 여지는 더 좁아졌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린다.
과거 문 대통령의 말처럼 한반도는 적대와 분쟁의 시대로 회귀했다. 비핵화 실천 없이도 제재가 해제될 수 있다는 잘못된 신호를 주고, 대북 최대압박 공조를 약화 시키고, 거짓된 비핵화 의지를 보증선 정부도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의도된 것이든 아니든 '적대와 분쟁의 시대' 회귀에 문 대통령의 지분도 있는 셈이다.
데일리안 이배운 기자 (karmilo1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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