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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인범 칼럼→국민일보] [데스크시각-정승훈] 성탄 전 북한이 생각할 것들

Jacob, Kim 2020. 1. 7. 23:35








2019년 12월 18일자





[칼럼 전문]





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한 학술행사에서 ‘한국전쟁’ 가능성이 언급됐다. 신흥국가와 패권국가 간의 갈등을 ‘투키디데스 함정’ 이론으로 정립한 그레이엄 앨리슨 미국 하버드대 교수는 행사에서 북·미 간 대립으로 제2차 한국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앨리슨 교수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나 핵실험을 연이어 진행했던 2017년 11월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군사 공격을 명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모종의 조치를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매우 위험스러운 상황이라는 우려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국방부 정책 담당 차관보를 역임했던 앨리슨 교수는 지난해 한국서 출간된 저서 ‘예정된 전쟁’에서 북한의 붕괴 가능성에 따른 미국과 중국의 충돌을 거론했다. 많은 이들이 주목한 건 주로 전쟁 시나리오였지만 그는 이 책에서 미국과 중국이 전쟁을 회피할 수 있는 시나리오도 함께 내놨다.

앨리슨 교수가 제시한 ‘수용’ 시나리오의 얼개는 이렇다.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의 미래에 대한 이해를 같이하기 위해서 중국이 북한을 비핵화하고 서울의 통치 아래 한반도에 통일 국가가 들어서는 것을 인정하는 대가로 미국이 남한에서 군대를 철수한다. 그는 미국 해군대학 라일 골드스타인 교수의 ‘나선형 협력’ 개념을 차용한 ‘장기평화를 위한 협상’ 시나리오도 소개한다. 중국이 평양으로 하여금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테스트를 더 이상 하지 않게 만든다면 미국은 한국으로부터 군대를 일부 철수할 수도 있다는 내용이다. 장기평화를 위한 협상 시나리오는 북·미 협상 과정에서 여러 차례 가능성이 언급되며 한국과 미국 정가 일각에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수용 시나리오는 중국과 미국 모두, 특히 중국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워 보이지만 미·중 전면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충분히 대안이 될 수 있다.

북한 핵무기를 꺼리는 것은 중국도 마찬가지다. 과거에 함께 전쟁을 치렀다 해도 수도 베이징에서 불과 수백㎞ 떨어진 곳에 핵무기를 다량 쌓아 놓은 국가를 중국은 원하지 않는다. 미군이 본토와 인접한 한반도에 주둔하며 이쪽저쪽을 주시하고 있는 것도 중국으로선 달갑지 않은 일이다. 수용 시나리오처럼 통일된 한반도가 안정된다면 중국은 경제발전 동력과 함께 미군을 최소한 수백㎞ 더 멀리 떨어진 일본으로 밀어내는 안보 효과도 얻는다.

현재로선 요원해 보이는 가정을 언급하는 이유는 한국이 미국에 기대하는 것과 다른 상황이 펼쳐질 수 있듯 북한이 중국에 기대하는 것들도 무너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불과 얼마 전까지 북·중 관계는 전쟁을 함께 치렀던 동맹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로 냉랭하지 않았나. 자신들의 방위전략에 따라 요청한 파병에 꾸준히 응했고, 매년 천문학적인 액수의 무기 구매와 미군 주둔비용 분담을 감수하는 한국에 미국은 방위비 5배 증액을 요구했다. 동맹국 북한의 존재 때문에 미군의 직접적 위협을 감수해야 하고 경제·외교적 부담까지 떠안는 상황에서 동맹을 영원토록 무조건 안아줄 정도로 중국이 인정 많은 나라일까.

1950년 한국전쟁 전 중국의 마오쩌둥 주석은 소련과 달리 북한의 남침에 부정적이었거나 최소한 이를 몰랐다고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북한군이 유엔군에 밀리자 수십만의 병력을 보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중국은 제국을 꿈꾸고 있지만 중국 중심 세계를 건설하려 할 뿐 전 세계의 공산주의화를 원하는 건 아니다. 같은 체제라는 이유로 전면전 위험까지 무릅쓰면서 북한을 도와줄지는 의문이다. 달라진 상황에 대한 심각한 고려는 한국만큼이나 북한에도 절실하다. 막무가내 벼랑 끝 전술이 예전에 통했다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 믿는 것은 큰 착각이다. 2017년 11월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은 고립을 자초할 뿐만 아니라 정권 붕괴로 이어질 수 있음을 숙고해야 한다.







정승훈 국제부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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