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 ‘못난이’ 농산물의 화려한 부활

2019년 12월 17일자

‘백종원 효과’ G마켓 감자 매출 4배

가성비 추구 소비자들에 큰 인기

티몬서 과일·채소 매출 매년 증가

폐기처분하던 농가 수입확대 기대

[기사 전문]

지난 13일 서울 이마트 용산점에서 고객들이 못난이 감자를 고르고 있다. [연합]

울퉁불퉁 겉모양 때문에 버려지기 일쑤였던 ‘못난이’ 농산물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쪼그라드는 지갑 사정에 한 푼이라도 아끼려는 가성비 소비와, 농가 소득에 보탬이 되기 위해 발품을 팔아가며 못난이 농산물을 구매하는 가치소비가 맞물린 결과다. 여기에 최근 한 예능에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까지 나서 못난이 농산물에 관심을 보인 것도 못난이 열풍에 불을 지피고 있다. 소비 트렌드에 방송 효과까지 더해지며 못난이의 화려한 외출이 시작된 셈이다.

17일 온라인 쇼핑몰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달(11월15일~12월15일)간 G마켓에서 ‘못난이’ 키워드를 포함한 신선식품 매출은 전년 대비 25% 증가했다. 못난이 당근은 285%, 못난이 배는 198%, 못난이 고구마는 93% 매출이 늘었다. 이 중에서도 못난이 감자는 최근 방송 효과가 더해지면서 매출이 전년 대비 무려 439%가 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부터 이마트에서 판매된 못난이 감자는 30톤 물량이 판매 사흘 만에 모두 완판되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앞서 한 예능에서 못난이 감자 판로를 고심하던 백종원 대표는 신세계그룹 정 부회장에게 전화해 구매를 부탁했다. 정 부회장은 흔쾌히 30톤 물량 모두를 산 것도 모자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에 못난이 감자로 만든 감자옹심이 사진도 올려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관련기사 28면

못난이의 화려한 부활은 단순히 방송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최근 실속형 소비자를 중심으로 못난이 농산물 수요는 지속 증가 추세다. 티몬에서 과일을 중심으로 못난이 농산물 매출은 2018년엔 전년 대비 68%, 올해(1월1일~12월15일)는 101% 신장했다. 현재 티몬블랙딜로 선보이고 있는 못난이 사과는 1㎏ 당 862원으로 일반상품보다 80% 저렴한 가격에 판매 중이다. 파격가에 힘입어 판매 일주일도 안돼 5600개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고 티몬 관계자는 귀뜸했다. 가정용 꿀수박, 못난이 천혜향 등도 일반 상품에 비해 월등한 가격 혜택을 내세워 인기를 끌었다.

티몬 관계자는 “가성비를 이유로 못난이 과일·채소를 찾는 소비자가 꾸준하게 늘면서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며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관련 제품 딜 수를 늘리고 구매 편의를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못난이 농산물 소비 촉진 분위기에 따라 농가들의 수입 확대도 기대된다. 못난이 농산물 대부분은 판매대에 올라 보지도 못하고 산지에서 아예 폐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가공용 등으로 판로를 확보하더라도 울며 겨자먹기로 헐값 처분할 수 밖에 없다. 이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올초부터 못난이 딸기 유통 활성화에 나섰다. 국내산 신선딸기는 대표적 수출 유망 품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못난이 딸기는 까다로운 수출상품 규격에 막혀 산지 폐기되거나 국내 가공업체에 헐값에 팔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에 aT 사이버거래소는 못난이 딸기를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딸기음료 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딸기생산자단체와 유명 프랜차이즈 업체 간 업무협약을 이끌어냈다.

이로써 농가는 ㎏당 700원에 받던 딸기를 1300원 수준에 받으며 수입 증대 효과를 누리게 됐다. 프랜차이즈들도 안정적 납품처를 확보한 것은 물론, 중간 유통과정이 생략된 합리적 가격에 상품을 공급받을 수 있어 만족도가 크다고 aT 관계자는 전했다.

이들 업체가 겨울 시즌을 맞아 조만간 판매를 재개할 딸기 음료에도 못난이 딸기가 활용될 예정이다.

이혜미 기자/ha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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