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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월 강수량 3배 한꺼번에 쏟아져… 대피할 틈 없었다

Jacob, Kim 2018. 7. 8. 21:31







2018년 7월 8일자





일본 서남부 지역 중심 기록적 폭우
11개 현 호우특별경보 해제됐지만
국지적 폭우 예보… 추가피해 우려

2년 3개월 만에 비상대책본부 가동





[기사 전문]




일본 서남부 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6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8일 오후 6시 현재 NHK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서 사망자 69명, 행방불명자가 61명으로 집계됐다. 일본 정부는 피해 대응을 위해 비상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하고 경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밤늦게까지 국지적인 폭우 예보가 발표되면서 추가 피해에 대한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폭우는 장마전선이 일본 혼슈(本州)에 걸쳐 정체돼 있는 게 요인이었다. 이달 초 동해를 통과한 태풍 7호 쁘라삐룬이 장마전선에 뜨겁고 습한 공기를 몰고 오면서 규슈(九州)에서 도카이(東海)지역까지 이르는 폭우로 이어졌다. 기후(岐阜)현 구조(郡上)시는 지난 5일부터 하늘이 뚫린 듯 총 1,058㎜의 강우량을 기록했다. 에히메(愛媛)현에선 최고 744.5㎜, 히로시마(廣島)현은 최고 453.5㎜, 오카야마(岡山)현은 254.5㎜의 폭우가 쏟아졌다. 평년 7월 한달 강우량의 1.7배~3배에 이르는 비가 한꺼번에 쏟아진 것이다.

이들 지역을 포함해 지난 6~8일 총 11개 현에 내려진 호우특별경보는 이날 모두 해제됐지만 서부와 동부에 걸쳐 밤늦게까지 시간당 30㎜ 규모의 국지적인 폭우 예보가 나오면서 산사태와 하천 범람으로 인한 추가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장마전선은 점차 약화할 전망이지만 9일 오후 6시까지 24시간 예상 강우량은 시코구(四國) 지역이 70㎜, 규슈 북부 60㎜, 도카이 50㎜ 등에 이른다. 이에 기상청은 특보가 발표되지 않았던 지역에도 토사 붕괴와 하천 범람에 대해 엄중한 경계 태세를 취해 줄 것을 당부했다.




지진 등이 빈발해 자연재해 대비가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는 일본에서 폭우로 이처럼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 이외라는 반응도 적지 않다. 기상청은 서일본 지역을 중심으로 폭우가 내리면서 이틀 전부터 해당 부현(府縣ㆍ광역지방자치단체)에 대해 폭우특별경보를 발표하고 500만여명에 대한 대피 지시나 권고를 내렸다. 지방자치단체도 주민들에게 대피를 호소했으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폭우는 주민들이 미처 대피하기도 전에 주택을 집어삼켰다. 침수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일부 고지대 주민들은 폭우로 인해 지반이 약해지면서 산사태나 지반ㆍ도로ㆍ담장 붕괴로 피해를 입었다.





일각에선 지방자치단체의 재해대응 시스템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산케이(産經)신문에 따르면 히로시마현 히가시히로시마(東廣島)시는 5일 저녁 재해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주민들에게 하천 범람 위험을 알렸다. 그러나 시 홈페이지와 현지 라디오 방송을 통한 안내와 사전 등록한 주민들에 대한 재해 안내 문자메시지가 전부였다.

일본 정부는 폭우로 인한 피해가 계속되자 이날 재해대책기본법에 의거해 비상대책본부를 설치하고 총리관저에서 관계 장관회의를 가졌다. 비상대책본부는 방재담당 장관을 본부장으로 총리가 임시로 설치하는 기구로, 2016년 4월 구마모토(熊本) 지진 이후 2년 3개월 만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지금도 행방불명된 사람과 구조를 요청하는 사람이 다수 있다”며 “시간과의 싸움이다. 5만4,000명의 구조부대가 열심히 하고 있지만 사태의 변화에 대응해 태세를 강화하는 데 전력을 다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이와 함께 피해지역에 대한 물자 제공과 조기 복구를 위한 지원, 피난소의 위생상태 확보, 가설주택 활용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줄 것을 주문했다.





도쿄=김회경 특파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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