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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배송전쟁 출발점 가락시장 가보니] 새벽 배송전쟁 속 가락시장 ‘경매전쟁’

Jacob, Kim 2019. 7. 6. 19:46








2019년 6월 7일자





오전 5시까지 분주한 손놀림
유통업체도 과일 확보 가세
즉시 소포장 거쳐 물류센터로





[기사 전문]





지난 3일 오전 2시께 서울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내 과일 경매장. 복숭아 경매가 시작되기 무섭게 40~50여명의 중도매인들이 경매대 앞으로 몰려들었다. 경매사가 특유의 추임새를 넣어 흥을 돋우자 응찰기를 손에 쥔 중도매인들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1초 단위로 경매대 전광판의 입찰 가격이 바뀌길 10~15여분. 최종 낙찰자가 선정되자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아이고 못샀네….”

이날 경매에 참여한 중도매인 오성택 씨도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도매법인 중원을 운영하는 오 씨는 경매에서 낙찰받은 청과를 대형 유통업체에 공급한다. 이날은 에스에스지닷컴(SSG.COM) 물류센터에 보낼 과일을 사들이기 위해 임영호 SSG.COM 식품소싱팀 바이어와 팀을 이뤘다. ▶관련기사 18면

“최근 1~2년 사이 가락시장 새벽 경매를 찾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확 늘어났어요. 매일 가격을 책정하다보니 싼값에 청과를 구매해 새벽에 바로 물류센터로 보낼 수 있어요. 그만큼 신선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어요.”




오 씨는 층층이 쌓여진 과일 상자 사이사이를 쏜살같이 가르며 말했다. 임 바이어도 수박, 참외, 밀감 등 과일의 품질을 꼼꼼히 확인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과일 경매는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됐다. 경매사가 15~20분 단위로 바퀴가 달린 경매대를 이동시키면 그 자리에서 경매가 시작됐다. 중도매인들은 경매대를 중심으로 물고기 떼처럼 운집하고 해산하기를 반복했다. 오 씨도 사과, 밀감, 수박 등을 낙찰받았다. 그는 “보통 과일 경매가 끝나는 오전 5시까지 10~15차례 경매에 참여한다”고 했다.

오 씨가 매일 대형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과일은 1000여 박스에 이른다. 낙찰된 과일들은 실시간으로 가락시장 내 사무실로 옮겨져 다시 소분 작업을 거친다. 이날도 중원 직원들은 사과를 6~8개씩 봉투에 담아 새로 포장했다. 소분된 과일은 다시 트럭에 실려 온라인 물류센터로 옮겨진다. 트럭이 김포ㆍ보정 SSG.COM 물류센터에 도착하는 시간은 오전 7시 전후. 불과 2~4시간 만에 소비자들에게 보낼 신선한 과일을 조달한 셈이다.




최근 유통업체들이 가락시장을 자주 찾는 이유에 대해 임 바이어는 “현재 이마트를 비롯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은 산지에서 생산자와 직거래하거나 계약재배 방식으로 물건을 들여와요.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받을 수 있지만 순발력은 떨어지는 편이죠.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전체 물량의 10% 정도는 가락시장에서 공급받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산지에서 상품이 올라오려면 하루 가량 시차가 발생하지만 경매에서 구매한 상품은 단 몇 시간만에 신선한 상태 그대로 소비자에게 배송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선식품 새벽 배송시장이 3년 새 40배 이상 성장하면서 이 같은 추세는 가속화되고 있다.

온라인몰, 대형마트, 백화점, 기업형슈퍼마켓(SSM) 등이 새벽 시장을 통해 일부 신선식품을 공급받고 있다. 더 빠르게 신선한 상품을 소비자 식탁에 올리기 위해서다. 오 씨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너도나도 경매에 참가하면서 일부 상품은 물량이 부족할 정도”라고 했다.




가락시장도 수요처의 요구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기존에는 한 박스에 감, 사과 등 과일을 무게대로 담아 대량으로 판매했다. 오프라인 매장에 진열할 수는 있어도 개별 소비자에게 판매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방식이었다. 온라인 유통업체들도 물류센터에서 바로 소비자들에게 배송할 수 있는 규격화된 상품을 찾기 시작했다.

이 같은 수요에 따라 생산자와 도매업자들은 과일을 규격화ㆍ소분화했다. 기존에 토마토를 10㎏단위로 판매했다면, 이제는 5㎏ 단위로도 내놓는다. 과일과 채소도 소분화 작업을 거쳐 물류센터로 보내진다. 실제로 이날 가락시장 경매에 오른 대추토마토, 사과 등은 팩이나 봉지로 분류돼 있었다.

임 바이어는 “소비자나 수요처가 원하는 물류 단위대로 바뀌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향후 온라인 유통업체의 소싱력이 신선식품에서 갈릴 것이라는 게 그의 전망. “아직 많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으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데 주저하지만, 한 번 마음에 드는 상품을 찾으면 재구매로 이어져 단골고객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온라인 유통업체와 생산자도 상품평 등을 통해 나타나는 즉각적인 소비자 반응에 주목하고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원문보기: http://news.heraldcorp.com/view.php?ud=20190607000261